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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조현희(석사5기)의 광주도시여행 이야기
2015.12.08 10:57
관리자 2323

사람 이야기 따라 광주를 걸어보실래요?

‘광주도시여행청 미인’ 조현희 대표(문화전문대학원 5기)

 


                   ▲ 졸업생 조현희(문화전문대학원 5기) 광주도시여행청 미인 대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가을이면 누구나 떠올리는 시 중 하나인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다. 광주는 시인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자 1950년대에 조선대 교수를 지내며 〈가을의 기도〉 등 대표작들을 집필했던 곳이다. 광주 양림동에는 시인이 살았던 집, 시인의 아버지인 김창국 목사가 세웠던 양림교회 등 시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김현승 시인은 노트 두 권을 옆구리에 끼고 양림동에서 조선대까지 걸어서 출근했다고 한다.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도보관광 상품을 개발한 ‘광주도시여행청 미인’ 조현희 대표는 “지금 이 길에는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말한다. 김현승 시인은 ‘다형(茶兄)’이라는 호가 붙을 정도로 홀로 커피를 마시며 사색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지금도 양림동에는 운치 있는 카페가 많고, 특히 호남신학대 안의 ‘다이닝 다디오’에 앉으면 무등산 전경에 가슴이 확 트인다고 조 대표는 추천한다. 양림동 사직도서관 맞은편에는 시인을 기리는 무인카페 ‘다형다방’도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가을의 기도〉가 나오는데도 제가 살고 있는 광주에 김현승 시인의 자취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역시 교과서에 등장하는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 〈사미인곡〉은 광주 바로 옆에 있는 담양에서 은거할 때 쓴 작품이더라고요. 학생시절에 알았다면 훨씬 흥미롭게 공부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옛 도심에 숨어 있는 이야기 발굴


조현희 대표는 광주 구석구석을 다니며 옛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있다. “여행사에 다니는 동안 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외국에 내보내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외국으로 내보내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 고향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을까?’ 생각했죠.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일본 후쿠오카를 보면서 ‘경제규모나 자연환경이나 문화나 광주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아기자기한 관광 상품을 많이 개발해놓고, 관광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우리도 소재는 풍부한데 왜 제대로 포장해내지 못하는지 안타까웠고, 저라도 먼저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에서 문화관광을 전공한 후 ‘광주도시여행청 미인’을 창업했고, 같은 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광주는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그가 중-고등학교와 대학시절을 보낸 곳. 잠시 서울에서 근무했던 때를 빼면 열두 살 이후 계속 살아온 제2의 고향이다. “공기 좋고 물가 싸고 교통 편하고 제게는 광주만한 곳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남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서울로 떠나버리는 바람에 도시가 점점 위축되고 여초현상이 심각해지는 게 안타까웠다. 광주를 ‘계속 살고 싶은 곳,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광주를 생각할 때 타지 사람들은 ‘5・18민주화운동’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해 관광도시로 발전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해 알리면서 광주의 관광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양림동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터를 잡으면서 광주에서 가장 먼저 근대문화가 꽃피웠던 곳입니다. 김현승뿐 아니라 시인 곽재구, 소설가 황석영,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등 이름난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죠.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 정율성, 러시아 국민음악가 정추도 광주 출신입니다.”

무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춘설헌은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이 1946년부터 1977년 타계할 때까지 기거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던 화실이다. 의재 선생은 ‘차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며 차문화 보급에도 앞장섰다. 하얀 수염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춘설헌과 녹차 밭을 오가는 의재의 모습은 신선을 떠올리게 했다 한다. 콘스탄틴 게오르규, 루이제 린저 등 세계적인 작가들도 이곳을 찾았다. 시내버스를 타고 증심사 입구에 내리면 춘설헌과 의재미술관, 의재묘소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의재 선생의 그림에 유독 매화가 많이 등장했듯 봄이면 춘설헌 앞뜰과 뒤뜰은 온통 매화 천지가 된다. 의재 선생을 기리는 의재미술관은 통유리를 통해 무등산의 사계절을 병풍처럼 감상할 수 있다.


K-POP 스타들의 고향

광주는 K-POP 스타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빅뱅의 승리, 카라의 구하라, 미스에이 수지, 동방신기 윤호윤호, 원더걸스 유빈 등 광주 출신 아이돌이 유독 많다. 그는 아이돌이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았을 충장로 골목을 ‘아이돌 골목길’로 소개한다. 충장로 골목에서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먹을거리로 그는 ‘상추튀김’과 ‘공룡알빵’을 소개한다. 튀김을 양념간장에 찍어 상추에 싸먹는 ‘상추튀김’은 광주에서 시작된 독특한 간식. 궁전제과의 ‘공룡알빵’은 바게트에 샐러드를 넣은 빵으로 담백하면서도 상큼해 인기다.

광주의 구도심에서 만난 조 대표는 광주읍성이 있던 자리로 안내했다. 2.5km 둘레의 성벽은 일제에 의해 무너졌지만, 2011년 광주비엔날레 때 읍성 터를 따라 ‘광주폴리’ 11개가 세워졌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건축 구조물인 ‘광주폴리’는 광주의 어제와 오늘을 되새기는 공간이자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광주의 또 다른 문화자산이 되고 있다. 광주도시여행청은 다섯 가지 도보관광 상품을 개발, 해설과 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돈벌이가 되는 일은 아니죠.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많은 여행사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래서 홈페이지(www.gjmiin.com)에 모두 공개해놓았죠. ‘네가 고생해서 만들어 놓았으니 독점권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충고하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부터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니까요. 광주관광의 활성화로 일자리가 많아져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는 게 궁극적인 제 꿈입니다.”


그는 최근 광주시의 의뢰로 광주도심 도보관광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해설사를 양성했다. 그 해설사들이 주축이 되어 협동조합 형태로 광주도시여행청을 꾸려나가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11월 중에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옛 전남도청 자리에서 개관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문화시설은 처음이라 광주시민들의 기대가 크지요. 점차 공동화하고 있는 구도심을 개발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도 커졌고요. 아시아문화전당을 찾은 사람들이 광주에 좀 더 머물 수 있도록 저희 도보관광 코스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시작합니다.”

그는 광주 예술의 거리 축제와 금남로 거리문화 축제의 기획자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광주의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광주가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전주나 대구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광주만 뒤처지는 것 같은 안타까움에서였다.

이 일을 하면서 자신도 새롭게 알게 됐다며 광주와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관광 상품을 개발할 때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년간의 여행사 경험, 그리고 대학원 공부로 체득한 바였다. ‘광주뿐 아니나 전국 곳곳에서 그와 같은 젊은이가 눈을 반짝이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달라질까?’ 은근한 기대가 생겼다.  

 

<출처: topcalss 2015년 12월호>

 

 


 재학생 김진아(석사9기) 학위논문과 국제학회 참관기
 졸업생 모현신(1기) 영화감독, 포르투칼 국제영화 경쟁부문 대상